엘리베이터는 누구나 매일 이용하는 생활 속 설비지만, 그 버튼 위의 돌기와 점자에 대해 의식하고 살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 특정 층에만 돌기가 있을까요? 점자는 어떤 기준으로 배치되어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엘리베이터 버튼에 숨어 있는 디자인 원칙과 사용자 배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UX 설계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왜 숫자 5번 버튼에만 돌기가 있을까?
엘리베이터 버튼을 자세히 살펴보면, 10층짜리 건물 기준으로 숫자 5 버튼 위에만 작은 돌기가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보면 “왜 하필 5번에만 있지?”라는 의문이 생기죠.
이 돌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기준점(Reference Point) 역할을 합니다.
즉, 전체 버튼 배열의 중심값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향 표식’인 셈이죠.
예를 들어 10층짜리 건물에서 버튼이 1~10까지 일렬로 배열되어 있을 경우,
중앙에 있는 5층을 기준으로 양 옆 버튼의 상대적 위치를 촉각만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숫자를 몰라도, 돌기가 있는 버튼이 5층임을 기억하면 그 기준으로 나머지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목적지를 누를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실용적인 촉각 UX 설계입니다.
점자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읽을까?
엘리베이터 버튼에 새겨진 점자(Braille)도 중요한 정보 전달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 위치와 내용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점자는 버튼 아래쪽에 부착되며, 해당 층을 의미하는 숫자(한글 ‘일’, ‘이’ 등) 혹은 알파벳, 목적지(‘지하’, ‘로비’ 등)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점자의 위치와 크기, 내용은 국가별 또는 제조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공시설물 접근성 기준에 따라 일정 높이와 크기를 준수하도록 권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엘리베이터에는 숫자 외에도 - 열림(Open) - 닫힘(Close) - 경보(Bell) - 취소(Cancel) 버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에도 점자 표기가 되어 있어야 하며 버튼 누름 동작이 명확하게 감지되는 피드백 설계도 함께 적용되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점자는 단순한 시각 보완 장치가 아니라, 장애인의 자립적 이동을 위한 핵심 설계 요소인 것입니다.
단순한 버튼 배열에도 UX 설계가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보통 - 세로형(1열) - 가로형(2열 또는 3열) - 3×4 배열 등의 형태로 배열됩니다.
이 배열은 단순히 공간 효율성뿐 아니라 실수 방지, 기억 용이성, 학습 효과까지 고려해 설계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 자주 사용하는 층(1층, 로비, 지하 등)은 손이 쉽게 닿는 위치에 - 특수 층(기계실, 관리자 전용)은 가장자리에 배치 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또한 버튼 자체의 눌리는 깊이, 클릭감, 누름 피드백까지도 모두 사용자 경험(UX) 설계에 포함됩니다.
특히 요즘은 터치스크린 방식이나 터치패널 방식의 엘리베이터도 등장하고 있지만, 물리 버튼 방식이 여전히 다수 채택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촉각 피드백과 보편 접근성 때문입니다.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사용자(노약자,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를 고려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디자인은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
엘리베이터 버튼의 돌기 하나, 점자 하나에도 보이지 않는 디자인 철학과 사람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저 숫자만 표시해 놓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방향을 파악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죠.
디자인은 단지 예쁘고 편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다음에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면, 버튼 위에 조용히 자리 잡은 돌기 하나, 점자 하나를 한 번쯤 다시 살펴보세요. 그 작은 디테일이 만들어낸 정말 큰 배려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